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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 그리고 완생(完生) (3)

  • 박정일 목사
  • 조회 : 852
  • 2015.02.23 오전 08:32

미생(未生) 그리고 완생(完生) (3)

 

드라마 미생에서 가장 강렬한 대사는 아마도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회사를 떠난 후 사업에 실패한 오상식 차장의 선배가 한 말이지요. “회사 밖은 지옥”이라는 말은 얼핏 듣기에는 현실에 대한 절망의 선언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그 대사의 의도는 절망보다는 감사에 있습니다. 지금 일하고 있다면 감사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밤새 아르바이트를 한 후 아침에 집으로 돌아가던 장그래는 회사로 출근하는 인파를 보면서‘나도 저 속에 들어가고 싶다’고 독백을 합니다. 계약기간이 다 돼서 회사를 그만 두어야할 무렵 장그래는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저 일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일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일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오늘날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지옥은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있는 겁니다.

 

이 드라마는 회사 밖의 지옥을 묘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힘들지만 삶을 살아 내야할 이유를 보여줍니다. 홀로되신 어머니, 어린이집에 맡겨진 딸, 통닭사준다고 하면 좋아서 펄쩍 뛰는 아들들 말이지요. 장그래의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 따뜻한 우정, 그리고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만들어보려는 오상식 차장의 인간적인 모습은 세상이 아무리 팍팍해도 아직 살아갈 만하다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현대인들이 단지 돈 버는 기계로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록 치열하고 팍팍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고는 있지만, 현대인들이 영혼이 없는 존재는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넷 위키백과에서 미생이라는 단어를 찾아봤습니다. “바둑에서 미생(未生)은 집이나 대마 등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 돌을 이르는 말이다. 완전히 죽은 돌을 뜻하는 사석(死石)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는 차이가 있다.”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설명입니다. 사석이란 죽은 돌이지만, 미생이란 완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이라는 드라마의 제목은 사람들을 향한 위로입니다. “당신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선언”인 것입니다. 또한 미생이라는 말은 “당신은 완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격려”이기도 합니다.

 

드라마 미생은 완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승진은 완생으로 가는 길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차장도, 부장도, 전무도 모두 미생으로 드러납니다. 한 회사에서 잘리지 않고 생존하는 것만이 완생도 아닙니다. 오상식 차장도 장그래도 회사를 떠나서 새로운 길을 뚫어갑니다. 정해진 길은 없는 것입니다. 삶은 정해진 길로 가야할 때도 많지만,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가야할 때도 있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인생의 길을 열심히 달려갈 수 있다는 그 자체일 것입니다. 지금 일할 수 있다면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정을 나눌 수 있는 형제와 이웃이 있다면 삶은 살아갈 만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안암교회는 보분동 4가 4번지에 있는 게 아니라 드라마 미생의 이야기가 펼쳐진 삶의 현장이라는 깨우침을 주십니다. 삶의 현장에서 교회로서, 교인으로서 살아가시는 여러분을 존경합니다.

 

박정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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