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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 그리고 완생(完生) (2)

  • 박정일 목사
  • 조회 : 904
  • 2015.02.16 오후 02:06

미생(未生) 그리고 완생(完生) (2)

 

미생에서 완생으로 가고자 하는 바램은 어느 면에서는 갑(甲)이 되고 싶은 욕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주 12일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징역 1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갑질논란이 많았는데 조 전 부사장의 일은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대해 분노하고 그녀를 비난합니다. 그 비난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그녀의 행동이 가져올 수도 있었던 위험성(위법성) 보다는 그녀의 “갑”스러운 태도(갑질)에 화살이 더 쏠리는 듯합니다. 이 화살을 쏘아대는 마음에는 어떤 심리가 있을까요? 갑 앞에 을(乙)이 되어본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미생들은 “을(乙)”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드라마 미생에서도 갑을(甲乙) 관계가 수시로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에서 갑질을 하는 사람은 동시에 누군가 앞에서는 을이 된다는 겁니다. 내 아래에 있는 을에게는 큰 소리를 치지만 내 위에 있는 갑 앞에서는 작아지는 것입니다. 미생들은 갑이자 동시에 을이지요. 장그래의 사무실에서는 갑들의 고성이 끊이질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고성 속에는 갑의 여유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보기에는 갑 같지만 잘 보면, 을로서 느끼는 압박감(스트레스, 눌림)을 갑스러운 행동으로 폭발시키는 것뿐입니다. 을의 상처, 을의 압박감이 상황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갑흉내를 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양상은 미생의 사무실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슬픈 갑질이 대한민국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에게 갑질을 하여 자살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어린이집교사가 5살짜리 어린이를 체중을 실어 때리는 대단한 갑질 흉내를 냈습니다. 윤일병을 죽음에 이르도록 괴롭히는 갑질은 대한민국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아파트 주민, 어린이집 교사, 윤일병을 죽인 병사들은 정말 갑들일까요? 갑질을 욕망하는 병든 을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저들은 나 보다 힘없는 사람 앞에서라도 갑이 되어보려는 욕구에 중독된 사람들일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조 전 부사장을 비난하고는 있지만, 어쩌면 마음 깊은 곳에는 그녀가 누렸던 수퍼갑의 삶을 부러워하고 동경하고 또 욕망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조 전 부사장이 곧바로 항소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그녀의 갑의 기운은 아직도 꺾이지 않은 듯합니다.

 

저는 드라마 미생에서 미덕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 있는 갑으로 보이는 사람이 실제는 갑이 아닌 미생일 뿐임을 폭로해준다는 것입니다. 오상식 차장이 장그래 앞에서는 큰 소리를 치지만,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그는 분명 을이며 미생인 것이지요. 머리 좋고 똑똑하고 스펙 좋은 장백기가 우울함에 빠져 있을 때 그도 을이며 미생임이 드러납니다. 오차장 앞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최전무는 분명 갑 같지만, 불붙인 담배를 손에 들고 공허하게 창밖을 내다볼 때 그는 분명 을이고 미생인 것이지요. 드라마 미생이 한국사회에 던져준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우리 모두가 미생이라는 진실입니다. 과연 완생은 갑이 되는 것에 있을까요? 우리 미생들 앞에서 “을”이 되어주신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와 영광을 돌립니다. [계속]

             

                                                                             박정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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