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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 그리고 완생(完生) (1)

  • 박정일 목사
  • 조회 : 879
  • 2015.02.09 오후 03:34

미생(未生) 그리고 완생(完生)

 

변보경 권사님이 드라마 “미생”을 봤는지 제게 물으셨습니다. 저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못 보았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권사님께서는“오늘을 사는 직장인들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니 보면 좋을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터넷에 들어가서 한 편 한 편 결제해가면서 드라마를 시청했습니다. 제 평생에 드라마 전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재미있게 봤습니다.

 

처음부터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소리치고 다투는 장면이 자주 나왔습니다. 버럭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회사의 옥상이나 건물 밖으로 나가는 장면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문득 ‘저렇게들 사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에 관심을 가진 김에 관련기사도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는 드라마만큼은 아니라고 합니다. 부하직원들이 상사를 평가하는 제도 때문에 강압적으로 호통을 치면 손해를 본다고 합니다. 이런 걸 감안한다 해도 이 드라마가 현실을 잘 담아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우리 성도들에게 머리 숙여 수고한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졌습니다.

 

이 드라마는 오늘을 사는 미생(未生)들의 이야기 입니다. 오상식 차장은 계약직 직원인 장그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우리는 다 미생이야 완생을 향해 가야되는 거지!”미생이란 바둑에서 아직 살지 못한 집(바둑돌들)을 말한다고 합니다. 바둑을 둘 때에 아직 살지 못한 집을 살리기 위해 바둑판위에서는 불꽃이 튀는 거지요. 완생이라는 말도 바둑 용어로서 어떤 상황에도 죽지 않도록 바둑알들이 놓여진 상태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를 바둑판 위에 절묘하게 올려놓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한 대기업의 사무실이 드라마의 주무대입니다. 대기업이라는 바둑판에서 미생들은 죽지 않을 완생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전쟁을 합니다. 드라마를 보면 차장, 부장, 전무할 것 없이 모두가 미생들입니다. 미생을 대표하는 사람은 2년짜리 계약직 직원 장그래입니다. 드라마 말미에 장그래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자는 움직임이 일어납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장그래는 결국 계약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회사를 떠나야 하지요.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이 드라마의 미생들은 언제 잘릴지, 언제 징계를 당할 지 늘 불안합니다. 완생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끊임없이 실적을 내야만 그나마 미생인 상태를 유지라도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눈앞에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완생이라는 목표가 있습니다. 완생을 지향하는 그 몸부림이 곧 미생인 상태를 지탱해주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오상식 차장의“우리는 다 미생이야 완생을 향해 가야 되는 거지” 라는 말은 도(道) 닦는 얘기가 아닙니다. 여기서 완생은 생존을 의미합니다. 그것도 안정적인 생존이겠지요. 뭐가 안정적인 생존일까요?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 탄탄한 인맥으로 지지대를 놓는다면 완생에 가까워질지도 모릅니다. 거대재벌총수의 자녀 같은 수퍼갑에 해당하는 분들이 어쩌면 완생에 가까운 사람-그나마 덕성을 갖추어야 하지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계속]

 

                                                                             박정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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