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적 교회성장(6)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의 질적 특성 ④ 기능적 조직]

이번에도 축구얘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적은 경기를 잘 해서 다른 축구팀들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하는 것입니다. 축구경기를 할 때 감독은 어떤 축구팀과 경기를 할 것인가에 따라서 여러 가지 전술을 사용합니다. 그 전술에서 특별히 선수배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선수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경기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목적(본질)이라면, 선수배치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법(기능)입니다.

크리스티안 슈바르츠는 성장하는 교회의 또 하나의 특성으로 기능적 조직을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교회는 조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회, 제직회 등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이 있고 구체적인 활동을 위한 여러 부서와 신도회 등이 있습니다. 또한 각종 예배와 여러 모임의 시간과 횟수, 재정을 집행하기 위한 절차등도 넓게 보면 조직에 관계된 부분들입니다. 그렇다면 교회의 조직은 변할 수 없는 본질에 속할까요? 슈바르츠에 따르면, 교회의 조직이란 본질이 아니라 교회의 목적을 위한 기능적인 것입니다. 축구대표팀의 예에서처럼, 성장하는 교회들은 교회의 조직을 바뀔 수 없는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교회의 목적을 위해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즉 교회 조직에 유연성이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익숙한 것, 전통적인 것을 진리로 보려는 오류에 빠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춘천 교동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있을 때 집사님 한 분이 담임목사님께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을 옆에서 들었습니다.“목사님, 왜 다른 교회십자가는 빨간색인데 왜 우리교회 십자가는 흰색이에요? 우리 교회는 이단인가요?”이 때 목사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집사님, 그건 아무 문제가 없어요. 붉은 색이 예수님의 피를 나타낸다면, 흰색은 예수님의 부활을 나타내는 색입니다.”성경에 십자가 네온등의 색깔은 무슨 색으로 하라고 나와 있지 않습니다. 네온등의 색깔은 결코 본질이 아닙니다. 네온등은 그 건물이 교회라는 것을 잘 나타내주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본질과 본질이 아닌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본질이 아닌 것 때문에 교회가 불필요한 갈등에 휩싸인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게 없을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 신사참배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와 같은 문제는 교회의 본질과 관련된 문제였습니다. 우상숭배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회에서 드럼을 치느냐 못 치느냐와 같은 것은 본질과 무관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교회가 예배를 드리는 것은 본질입니다. 그러나 그 예배를 오전 11시에 드리는 것은 본질은 아닙니다. 만약 시간을 약간만 조정해서 더 많은 사람이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이것이 오히려 더 본질에 충실한 경우가 아닐까요? 물론 예를 든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교회의 본질을 위해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기능적인 조직을 갖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단, 조직을 바꿔야할 상황이 아니라면, 기존의 조직을 존중하고 적극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박정일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