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려 그 사람 *

장기려 박사는 무소유 원칙으로 일생을 보내고 1995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서울대, 부산의대 교수, 부산 복음병원장을 지냈지만,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방 한 칸이 없었다고 합니다. 부산 복음병원 원장으로 계셨을 때의 일화입니다. 어느 생활이 어려운 분이 퇴원해야 하는데 돈이 없어 막막해하고 있을 때 장기려 박사가 그 사실을 눈치 채고 병원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가게 해준 것에서 그의 가난한 이웃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6․25때 부인과 자녀를 북한에 두고 아들 하나만을 데리고 월남하였습니다. 그가 부인을 그리며 1990년 쓴 망향편지는 우리들의 가슴을 애달프게 합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당신인 듯하여 잠을 깨었소. 그럴 리가 없지만, 혹시 하는 마음에 문을 열어봤으나 그저 캄캄한 어둠 뿐…. 허탈한 마음을 주체 못해 불을 밝히고 이 편지를 씁니다. 여보….” 미국에서 북한을 많이 도운 그의 제자 김윤경 박사가 북한 당국과 합의하여 중국에서 장기려 부부를 만날 수 있도록 주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기어코 그 기회를 사양하였습니다. 그런 특권을 누리면 다른 이산가족의 슬픔이 더 커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지강유철,『장기려 그 사람』 중에서